캐릭터를 실제로 움직여놓고 손가락 위치를 재는 단계였다. 동작을 재생시키고, 프레임마다 손끝이 어디 있는지 읽는다.
숫자가 나왔다. 손가락 다섯 개 전부 변동 0.000. 하나도 안 움직인다는 뜻이다.
너무 깨끗해서 이상했다
앞선 조사에서 약지만 안 움직이고 나머지 넷은 굽는다는 걸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다섯 개 전부 0이다. 앞뒤가 안 맞는다.
표를 다시 봤다. 왼손 검지 15.726, 오른손 검지 15.726. 왼손 중지 15.945, 오른손 중지 15.945.
사람 손이 좌우가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같은 자세로 움직이는 동작은 없다. 그리고 이 숫자들은 아무 동작도 주지 않은 기본 자세에서 앞서 잰 값과 정확히 같았다.
재생이 아예 안 되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재생을 맡은 부품이 동작을 평가하지 않고 기본 자세만 돌려주고 있었다. 화면 없이 돌리는 방식이라 그 부품이 실제로 일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측정은 동작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숫자였다. 0이 나온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재고 0을 적은 것이다.
그대로 보고했으면 “이 방식에서는 손가락 전체가 죽는다”는 결론이 나갔을 것이다. 완전히 틀린 결론이고, 그걸 근거로 다음 작업이 이어졌을 것이다.
다른 길로 다시 쟀다
재생 부품을 쓰지 않고, 동작 데이터에서 뼈 하나하나를 손목까지 거슬러 직접 계산해 손끝 위치를 만들었다. 그랬더니 검지·중지·새끼·엄지는 변동이 잡히고 약지만 0.000이 나왔다. 앞선 결과와 맞는다.
측정값이 모든 항목에서 똑같이 깨끗하면, 그건 결과가 아니라 측정이 안 됐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
재발방지 체크리스트
① 좌우 대칭 값이 소수점까지 같으면 측정 실패를 먼저 의심한다. 실제 동작은 그렇게 안 나온다.
② 결과가 아무 입력도 안 준 기준값과 일치하면 그 측정은 버린다.
③ 전 항목이 일제히 0이면 “변화 없음”이 아니라 “평가 안 됨”을 먼저 본다.
④ 앞선 측정과 앞뒤가 안 맞으면 새 결과를 채택하기 전에 새 결과를 검사한다.
① 좌우 대칭 값이 소수점까지 같으면 측정 실패를 먼저 의심한다. 실제 동작은 그렇게 안 나온다.
② 결과가 아무 입력도 안 준 기준값과 일치하면 그 측정은 버린다.
③ 전 항목이 일제히 0이면 “변화 없음”이 아니라 “평가 안 됨”을 먼저 본다.
④ 앞선 측정과 앞뒤가 안 맞으면 새 결과를 채택하기 전에 새 결과를 검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