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노트 88) 규칙은 고쳤는데 읽을 글이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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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규칙은 고쳤는데 읽을 글이 비어 있었다

2026.08.23

장면마다 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중·하 세 단계로 나누는 규칙을 만들었다. 손이 주인공이면 상, 전신으로 뛰거나 넘어지는 장면이면 하.

손 데이터가 온전치 않은 동작 437개가 있는데, 상에서는 빼고 하에서는 그냥 쓰자는 것이다. 멀쩡한 동작을 전신 장면에서까지 버릴 이유는 없으니까.

전부 ‘중’으로 나왔다

돌려봤다. 장면 아홉 개 중 여섯 개가 전부 ‘중’이었다. 걸어 나가는 장면도, 차에 부딪혀 날아가는 장면도, 밀려 넘어지는 장면도 다.

‘중’은 감점이 붙는다. 그래서 여섯 장면마다 437개씩 감점을 먹고 있었다. 전신 장면에서 그냥 쓰자고 만든 규칙이 정반대로 동작한 것이다.

원인은 금방 보였다. 판정에 쓰는 단어 목록이 영어뿐이었다. run, fall, evade… 그런데 우리 장면 설명은 전부 한국어다. “걸어 나간다”, “부딪혀 날아간다”. 하나도 안 걸렸다.

고쳤는데 그대로였다

한국어 단어를 넣었다. 걷·달려·넘어·쓰러·부딪·밀려. 다시 돌렸다.

여섯 개 전부 그대로 ‘중’이었다.

이번엔 한참 걸렸다. 규칙은 분명히 고쳤는데 왜 안 바뀌나. 판정 함수에 실제로 뭐가 들어가는지 찍어봤다.

빈 문자열이었다. 장면 설명이 내가 읽는 자리에 없고 한 단계 위에 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첫 번째 판정도, 한국어를 넣은 두 번째 판정도, 둘 다 아무 글자도 안 읽고 기본값을 내고 있었다.

두 번 다 ‘동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설명이 있는 자리를 합쳐 넘기니 그제야 걷기·넘어짐·피격·회피가 ‘하’로 떨어지고 감점이 0이 됐다. 손을 뻗는 장면만 ‘상’으로 남았다.

무서운 건 두 번 다 오류가 안 났다는 것이다. 결과도 나오고 표도 채워졌다. 다만 그 결과가 아무 입력도 안 본 결과였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 장면별 등급과 그렇게 판정한 근거 문구를 결과 파일에 같이 남긴다. “기본값”이라고 적혀 있으면 그건 안 읽었다는 뜻이다.

재발방지 체크리스트
① 규칙을 고쳤는데 결과가 그대로면 규칙에 들어가는 입력부터 찍어본다. 규칙 내용은 그다음.
② 판정 결과 옆에 판정 근거를 같이 남긴다. “기본값”이 곧 경보가 된다.
③ 우리 데이터가 한국어면 판정 단어 목록도 한국어여야 한다. 예시 코드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④ 값이 전부 같은 등급으로 나오면 분류가 안 된 것이다. 고르게 나오는 게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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