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에 걷기 동작을 입혔는데 팔이 이상했다. 소매가 몸통에 뭉치고 손이 따로 떠 있었다. 눈으로는 확실히 이상한데, “이상하다”는 판정이 아니다. 숫자로 재기로 했다.
자를 먼저 만들었다
고른 자는 이거다. 손 뼈에서 가장 가까운 살점까지의 거리. 제대로 붙어 있으면 뼈는 손 안에 있으니 거의 0이어야 한다.
기준값이 필요했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붙어 있는 같은 캐릭터를 먼저 쟀다. 손 0.4~2.4cm. 이게 정상이다.
문제의 파일을 쟀다. 손 7.8~11.1cm. 기준의 4.6배. 그런데 팔뚝은 0.8~2.5cm로 멀쩡했다. 팔뚝은 붙었고 손만 떨어진 것이다. 눈으로 본 인상보다 훨씬 좁게 범인이 잡혔다.
변하지 않는 값이 걸렸다
네 장면을 재면서 이상한 걸 봤다. 오른손 거리가 네 번 다 0.1106이었다.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완전히 같았다.
걷는 중이면 손은 계속 움직인다. 거리도 조금씩 달라져야 정상이다. 네 장면 내내 값이 한 자리도 안 바뀌었다는 건, 가장 가까웠던 그 살점이 애초에 움직이지 않는 살점이었다는 뜻이다. 뼈를 따라가지 않는, 버려진 부분.
숫자가 안 변한다는 게 안정이 아니라 고장의 증거였다.
덤으로 가설 하나가 죽었다
원래 의심하던 원인이 따로 있었다. “뼈와 살을 잇는 장치가 빠졌다”는 진단. 그런데 재보니 그 장치는 이미 붙어 있었다. 팔뚝이 멀쩡한 것도 그 증거다. 장치가 없으면 팔뚝도 같이 떨어져야 하니까.
자를 만들지 않았으면 없는 원인을 계속 고치고 있었을 것이다.
재발방지 체크리스트
① “이상해 보인다”로 고치지 말고 거리·각도처럼 숫자로 나오는 자를 먼저 정한다.
② 임계값은 기억이 아니라 정상인 것을 실제로 재서 만든다. 기준물이 없으면 좋고 나쁨을 못 가른다.
③ 여러 장면을 재면 변하지 않는 값을 의심한다. 움직여야 할 게 안 움직이면 그게 단서다.
④ 부위별로 나눠 재면 범인이 좁아진다. 전부 고장과 손만 고장은 원인이 다르다.
① “이상해 보인다”로 고치지 말고 거리·각도처럼 숫자로 나오는 자를 먼저 정한다.
② 임계값은 기억이 아니라 정상인 것을 실제로 재서 만든다. 기준물이 없으면 좋고 나쁨을 못 가른다.
③ 여러 장면을 재면 변하지 않는 값을 의심한다. 움직여야 할 게 안 움직이면 그게 단서다.
④ 부위별로 나눠 재면 범인이 좁아진다. 전부 고장과 손만 고장은 원인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