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69호] 후배가 차고 온 37mm 쇳덩이, 배터리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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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후배가 차고 온 37mm 쇳덩이, 배터리가 없답니다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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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배터리 대신 팔을 흔드세요

원룸 7년차가 손목에 뭘 찼습니다

제 후배는 원룸에서 7년을 살면서 벽시계 하나 안 걸어둔 인간입니다. 시간은 폰으로 본다는 주의였고요. 저도 그 편이라 편들어줬습니다. 손목에 뭐만 차면 답답해서, 스마트워치도 사흘 만에 서랍으로 보낸 사람이 접니다. 그런 후배가 어느 날 손목에 쇳덩이를 차고 나타났습니다. 산 마틴이라는 브랜드의 37mm 파일럿 시계였는데, 저는 처음에 짝퉁인 줄 알았습니다.

산 마틴 심플 남성용 시계 37mm 파일럿 Miyota 8215 클래식  실물 1

귀를 대보라더군요

귀를 대보라기에 댔습니다. 초침이 안 뜁니다. 미끄러집니다. 배터리가 없다는데 그럼 뭘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팔만 흔들면 스스로 감긴답니다. Miyota 8215라는 자동 기계식이라더군요. 뒷면을 보세요, 뒷면을. 케이스백이 유리라 안에서 톱니가 돌아가는 게 다 보입니다. 지름은 37mm, 요즘 시계치고 작은 편이라 제 얇은 손목에도 안 큽니다.

산 마틴 심플 남성용 시계 37mm 파일럿 Miyota 8215 클래식  실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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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할 때도 안 뺀답니다

방수가 100m라기에 반신반의했습니다. 후배는 설거지할 때도 안 뺀다고 했고요. 하루 차봤는데, 무게가 은근히 손목을 잡아줍니다. 존재감이라고 해야 하나. 폰을 꺼낼 일이 줄었습니다. 시간 보려고 손목을 드는 동작이, 생각보다 사람을 좀 차분하게 만듭니다.

산 마틴 심플 남성용 시계 37mm 파일럿 Miyota 8215 클래식  실물 3

아쉬운 점

자동 기계식은 정확도가 쿼츠만 못 합니다. 하루에 몇 초씩 오차가 나는 게 정상이라, 한 달이면 눈에 띄게 어긋납니다. 며칠 안 차고 두면 멈춰서 다시 시간을 맞춰야 하고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가격입니다. ₩443,686. 저는 이 숫자를 보고 숨을 참았습니다.

산 마틴 심플 남성용 시계 37mm 파일럿 Miyota 8215 클래식  실물 4

이런 분이면 사세요

폰 시계에 질렸고, 손목에 뭔가 아날로그한 걸 얹고 싶은 분. 배터리 갈러 다니는 게 싫어서 차라리 목돈을 한 번에 쓰는 게 마음 편한 분. 44만 원대가 부담되지 않고, 몇 초 오차를 ‘살아있는 시계’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이면 후회는 없을 겁니다. 다음 주엔 제 손목에 이게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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